명 시 산책

♬ 사랑 고백 / 하이네 ♬

이예경 2011. 2. 15. 23:02

♬ 사랑 고백 / 하이네 ♬
 
  



사랑 고백
-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저녁이 되어 어둠이 찾아 드니
바다는 더 한층 거세게 파도 쳤다
바닷가에 앉아 하얗게 부숴지는
파도의 춤을 바라보며
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때 그대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사로잡혔다.
아름다운 모습, 그대의 모습은
내 주위에서 맴돌고 어디에서나 나를 부른다.
세찬 바람 속에서도,
거친 파도 속에서도,
내 가슴의 한숨 속에서도,
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



나는 가느다란 갈대를 꺾어 모래 위에 썼다.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하지만 심술궂은 파도가
이 달콤한 고백 위를 덮쳐가며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약한 갈대여, 먼지처럼 흩어지는 모래여,
사라지는 파도여, 난 이제 너희를 믿지 않으리!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내 마음은 더욱 날뛴다.
이제, 나 저 노르웨이의 숲에서
가장 크고 푸른 전나무를 찾아
그 뿌리채 뽑아
저 에트나의 불타오르는
샛빨간 분화구에 담갔다가
그 불이 붙은 거대한 붓으로
나 저 어두운 하늘을 바탕 삼아 쓰겠노라.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고

이렇게 하면 저녁마다 하늘에는 영겁의 필적이 타올라
뒤에 오는 후손들은 모두 즐거운 소리를 지르며
하늘에 쓰인 말을 읽으리라.
"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

[노래의 책]중, 북해(1825~1826)편 첫번째 연작시 6번



Erklaerung
- Heinrich Heine

Herangedaemmert kam der Abend,
Wilder toste die Flut,
Und ich sass am Strand, und schaute zu
Dem weissen Tanz der Wellen,
Und meine Brust schwoll auf wie das Meer.


Und sehnend ergriff mich ein tiefes Heimweh
Nach dir, du holdes Bild,
Das uberall mich umschwebt,
Und uberall mich ruft,
uberall, uberall,
Im Sausen des Windes, im Brausen des Meers,
Und im Seufzen der eigenen Brust.




Mit leichtem Rohr schrieb ich in den Sand:
"Agnes, ich liebe Dich!"
Doch boese Wellen ergossen sich
uber das susse Bekenntnis,
Und loeschten es aus.
Zerbrechliches Rohr, zerstiebender Sand,
Zerfliessende Wellen, euch trau ich nicht mehr !

Der Himmel wird dunkler, mein Herz wird wilder,
Und mit starker Hand, aus Norwegs Waeldern,
Reiss ich die hoechste Tanne,
Und tauche sie ein
In des Aetnas gluhenden Schlund, und mit solcher
Feuergetraenkten Riesenfeder
Schreib ich an die dunkle Himmelsdecke:
"Agnes, ich liebe Dich!"

Jedwede Nacht lodert alsdann
Dort oben die ewige Flammenschrift,
Und alle nachwachsende Enkelgeschlechter
Lesen jauchzend die Himmelsworte:
"Agnes, ich liebe Dich!"

- Buch der Lieder, Die Nordsee, Erster Zyklus - VI



       


에트나 화산 (mt . Etna)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세계적 겨울 휴양지 타오르미나(Taormina)
남서쪽에 있는 유럽에서 제일 높은 활화산 (해발 3,323m)

타오르미나에는 BC 395년 타우로 산의 200m 높이에 암벽 전면부를
깎아서 세운 그리스풍의 원형극장 (Tearo Greco)이 있다.
극장 무대의 기둥들 사이로는 눈에 뒤덮힌 에트나 산 정상이 보이고
메시나 해협을 건너서 이탈리아 반도와 유럽 대륙이 보인다.
이 원형극장은 음향효과가 대단히 좋아서 지금까지도 매년 여름이면
음악 및 영화 축제가 열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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