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수필 산책

달밤/ 윤오영

이예경 2009. 7. 10. 22:48

[ 달 밤 ]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본문

 

내가 잠시 낙향(落鄕)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윗마을 김 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어느 날 밤, 김 군을 못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 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 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 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

"마침 잘 됐소, 농주(農酒) 두 사발이 남았더니······."

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죽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 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

이윽고,

"살펴 가우."

하고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작자  : 윤오영(尹五榮;1907∼1976)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형식  : 경수필, 서정 수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성격  : 서정적, 향토적, 함축적, 질박적, 여백적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문체  : 압축미 있는 간결체 문장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구성  : 정물화에 비길 수 있는 정적 구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주제  : 아름다운 자연 속에 한 순간 우연히 이루어진 아름다운 인간의 정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출전  〈고독의 반추〉(1974)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내가 잠시 낙향(落鄕)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윗마을 김 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어느 날 밤, 김 군을 못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노인과의 우연한 만남

"좀 쉬어 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 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 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

노인과 짧은 대화를 나눔

"마침 잘 됐소, 농주(農酒) 두 사발이 남았더니······."

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죽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 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

노인이 주는 술을 마심

이윽고,

"살펴 가우."

하고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작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내가 잠시 낙향해 있을 때 일 :

서술격 조사 '-이다'를 생략했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등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생략한 표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나는 밖에서∼그대로 돌아섰다 :

김 군을 찾아간다고 갔으나 정작 만날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가 

대문은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한지라, 그냥 돌아섰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웬 노인이 한 분∼보고 있었다 :

노인과 밝은 달빛, 곧 인간과 자연의 자연스러운 동화,

거기에 노인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배어 있으면서도,

은근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

두 사람은 처음 대면하면서도 인사말을 나누지도 않고, 자기 소개도 하지 않았다는 뜻.

이것은 아름답고 신비한 달빛 앞에서 어떠한 속세의 언어도 필요없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 :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기보다

달밤의 분위기와 노인의 인정에 취해 마셔 버렸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특히 '버렸다'는 말에 그런 뜻이 크게 함축되어 있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

노인과 밝은 달빛이 하나의 자연으로 동화된 듯한 정경으로,

노인의 외로운 감정까지 촉발시킨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본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길이가 아주짧다. 또한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도 몹시 간단하다. 낙향하여 있던 어느 날 달밤, 친구를 찾아갔다가, 친구는 만나지 못하고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에 앉아 있던 노인을 만나 몇 마디 말을 나누고는 농주 한 잔을 얻어 마시고는 집으로 내려왔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신기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사건이나 이야기가 뒷전이고 , 전면에 내세워진 것은 전체의 서정적 분위기이다. 시골의 밝은 달밤과 그 정적을 배경으로 노인의 인정과 외로움이 함께 배어나는 독특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달빛이 밝게 비치는 어느 시골의 풍경을 배경으로 향토색과 서정성이 짙은 분위기를 간결하게 묘사한 수필로, 길이가 무척 짧은 이 작품은 응축미와 담백미(淡白美)가 돋보이는데,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고 그냥 서정성이 배어 있는 분위기만 전달해 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그 세계에 잠겨 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고 있다. 달빛의 밝음, 밤의 고요함, 노인의 정(情), 이 셋이 이 작품의 서정적 분위기와 주제를 결정짓는 요소들이다. 마지막 문장 '얼마쯤 내려오다 보니, ∼'는 박두진의 '돌아오는 길'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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