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동지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

이예경 2015. 12. 7. 23:31


♡* 동지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 *♡
        
동짓달 긴긴 밤의 한 가운데를 베어내어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불 아래에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
정든 임이 오시는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
(그밤을 임과 함께 오래도록 함께 보내리라)

산은 옛 산 그대로인데 물은 옛 물이 아니로구나
밤낮으로 흐르니 옛날의 물이 그대로 있겠는가?
사람도 저 물과 같아서 한 번 가고는 다시 오지
않는구나

아아! 내가 한 일이 참으로 후회스럽구나.
그리워할 줄을 정말 몰랐단말인가?
있으라고 말했다면 가셨으랴마는 제가 구태여
보내고 나서 그리워하는 내 마음을 나도 모르
겠구나

내가 언제 믿음이 없어서 임을 언제 속였기에
달마저 잠든 한밤중이 되도록 임이 나를 찾아오려는
뜻이(기척이) 전혀없네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야(그 소리에 임의
기척인 줄 속게되는
내 마음이야) 낸들 어찌하겠는가

황진이 : 조선시대의 시인 ·명기(名妓) 일명 진랑
(眞娘). 기명(妓名) 명월(明月).
개성(開城) 출생.

중종 때 진사(進士)의 서녀(庶女)로 태어났으나,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고 시(詩) ·서(書) ·음률
(音律)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하였다.

15세 무렵에 동네 총각이 자기를 연모하다가 상사병
으로 죽자 기계(妓界)에 투신, 문인(文人) ·석유(碩儒)
들과 교유하며 탁월한 시재와 용모로 그들을 매혹켰다.

당시 10년 동안 수도에 정진하여 생불이라 불리던
천마산 지족암의 지족선사를 유혹하여 파계시켰고,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徐敬德)을 유혹하려 하였으나
실패한 뒤, 사제관계를 맺었다.

당대의 일류 명사들과 정을 나누고 벽계수(碧溪守)와
깊은 애정을 나누며 난숙한 시작을 통하여 독특한
애정관을 표현했다.

‘동지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는 그의
가장 대표적 시조이다.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로 불렸다.
작품으로 만월대 회고시 박연폭포시 봉별소양곡시
영초월시 등이 있다

        황 진이 / 松都 三絶 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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