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연 꽃

이예경 2011. 7. 21. 13:26




연 꽃
- 목 필 균

만삭된 몸
풀 날 언제인지

탱탱 불은 젖가슴
열어볼 날 언제인지

 

사진 : 김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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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 서 정 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사진 : 김시운




연등을 켜라
- 효림 스님

세월은 강물처럼 하염없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이 피었다 지는 들꽃같이
왔다간 가고 왔다 가고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기뻐하고
그러면서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움은 쌓이고 그리움이 쌓여지고

흘러간 세월만큼 점점 더 두께를 더하며
깊어져 가는 어두운 밤이여 밤이여
지척을 분별하지 못할 밤이여
등불을 하나 켜라
저 밝고도 고운 연등을 하나 켜라
천지간에 오직 밝게 빛날 연등을 켜라

이 나이에 내 무엇을 더 바라리요
빛나는 연등 말고 무엇을 바라리요
그대와 내 앞에 오직 빛나는 연등 말고
무엇을 바라리요
내 그대를 위하여 연등을 켜리니
그대 또한 나를 위하여 연등을 켜라
오직 천지간에 빛나는 연등을 켜라

 



붉은 연꽃
- 목 필 균

살아온 길이 아무리 험한들
어찌 알 수 있을까

꼭 다문 붉은 입술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네 발자국

만나는 사람마다
환한 미소 보일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보시라고

진흙 뻘에 발 묻고도
붉은 꽃등으로 켜지는 너


사진 : 김시운

 

연꽃잎에 잠긴 사랑
                     양규 김지열 작시

불 가마속 처럼
그 뜨거운 열기 속에
한 송이 꽃잎을 불태우려
검은 진흙탕 속에서
모든 긴 숨을 쉬면서
오늘도 내일도 .....
곱게 곱게 피고 있다

사랑에 협주곡을 따라
그대 !
불타는 정열을 감싸 안고
그 기나긴 !
사랑의 꿈을 불태우고
초연이 너의 사랑을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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