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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머리를 깎는 이유

이예경 2011. 7. 11. 17:42

 

승려가 머리를 깎는 까닭은?

 

우리나라의 대표 종단인 조계종 승려들의 한결같은 모습은 모두 머리를 깎았다고 하는 점이다. 이들은 왜 머리를 깎을까?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머리를 깎아야만 한다는 계율이라도 있는 것일까?

 

석가모니가 출가를 결심하고 나오면서 "지금 나는 사람들과 더불어 고통에서 해탈할 것을 맹세하는 뜻으로 삭발을 하겠다."고 말한 후 머리를 깎고 수행 길을 떠났다고 한다. 또 경전에는 출가자에게 있어서 머리나 수염은 곱게 단장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 여러 가지 방해요인이 있으므로 이를 깎아버려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승려들은 삭발을 한다.

 

흔히 머리카락을 깎는 것을 삭발이라고 하는데, 승려의 경우 바싹 깎기 때문에 체발이란 표현을 쓴다. 체발을 하고 잿빛 승복을 입은 모습은 부처의 제자가 되어 출가한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보통 머리카락은 사람의 세속적인 허영이나 번뇌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무명초라고도 한다. 따라서 머리카락을 깎아버린다는 것은 세속적인 번뇌와 인연, 세속에서의 모든 나쁜 습관을 버리고 수행자의 길에 들어섬을 의미한다. 종교의 지향점인 깨끗하고 맑은 경지에 도달하려면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도 깨끗하게 간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승려들이 머리카락을 깎는 이유이다.

 

우리 불교에서는 대개 4자나 9자가 들어있는 날을 삭발하는 날로 정하여 서로 도와가며 삭발을 한다고 한다. 이는 자기 머리를 혼자서 깎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서로 돕고 감사하는 공생과 화합을 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자기에 관한 일은 직접 이롭게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 못 깎는 게 아니고 안 깎는 것이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에 불교를 전한 사람으로 아도라는 승려가 있다. 신라에 왔던 아도는 고구려에 왔던 중국 승려 아도와는 동명이인인데, 아두라고도 한다. 아도, 아두라는 말은 머리가 없는 자라는 뜻으로 삭발한 승려를 가리키는 보통 명사로 보는 견해가 많다. 또 「삼국사기」에는 "요즈음 중의 무리를 보면, 머리를 깎고 이상한 복장을 하였으며, 말하는 것이 기괴하니"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승려는 불교가 전해진 초기부터 머리를 깎았음을 알 수 있다.

 

「청구영언」에는 "중놈은 승년의 머리털 잡고, 승년은 중놈의 상투 쥐고" 란 표현이 있다. 아마도 비구와 비구니의 시비다툼을 묘사한 것인데 있지도 않은 머리카락으로 풍자하고 있어 재미있다.

 

중의 머리와 관련된 이런 내용의 일화나 속담은 승려들이 당연히 머리카락을 깎고 생활하였음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흔히 머리를 깎은 사람을 놀릴 때 사용하는 '중중 까까중' 하는 표현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승려들은 당연히 머리카락을 깎았고 또 현재도 깎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머리를 깍은 사람은 곧 승려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은 곧 수행의 상징임을 알 수 있다.

 

반면 태고종의 경우는 대중교화를 이념으로 머리를 기르는 것이 허용되기도 한다. 한편 북한 불교의 경우는 머리를 깎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나 요즈음에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서 결정한다. 특히 남북 불교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삭발하는 북한 스님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수행자라면 적어도 머리를 깎아야 한다는 인식이 북한 스님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