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아비 지옥

이예경 2011. 7. 11. 17:36

고통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지옥

대부분의 세계 종교들은 산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을 구분하는 장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선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이 죽은 후에 가는 장소는 서로 다르며 그중 악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 지옥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슷하다. 즉 지옥은 최후 심판이 끝난 뒤 저주받은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거주하게 될 장소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이 지하 세계라는 점에서도 각 종교가 대체로 비슷하다.

<사진2421> 화순 쌍봉사 지장전 벽화 중 죄인이 염라대왕 앞에서 심판받는 모습. 죄를 지은 자는 죽으면 반드시 염라대왕 앞에 나가 심판을 받고 지은 죄에 따라 합당한 지옥에 떨어진다. 업경대라는 거울을 통해 지은 죄를 모두 보여주는 염라대왕 앞에서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요즘 식으로 보자면 일종의 비디오인 셈이다. 그림에서는 죄인이 소를 훔친 사실이 업경대에 그대로 비쳐지고 있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로 전생에 악한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는 고통스러운 장소로 지옥을 말하고 있다. 지옥은 고대인도어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여 '나락'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의 종류나 개수는 경전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8대 지옥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8대 지옥은 또 각각 16개의 작은 지옥이 있어서 지옥은 모두 128개나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은 아비지옥이다. 고통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된다고 하여 무간(無間)지옥이라고도 한다. 이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 옥졸이 죄인의 가죽을 벗기고, 그 벗겨낸 가죽으로 몸을 묶어 불 속에 집어넣어 태우거나, 큰 쇠창에 불을 달구어 죄인의 입을 꿰거나, 입, 코, 귀를 베며, 눈알을 파먹는 등 극심한 형벌을 받게 된다. 지옥에서는 죽음이 없다. 코를 자르면 또 코가 자라나고 그러면 또 자르고 고통은 계속되는 것이다.

아비지옥에 가는 사람은 부모나 성인을 죽인다거나, 부처의 몸을 상하게 한 중죄인들이 가는 지옥이다. 흔히 참담한 고통과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태를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 하는데, 이는 아비지옥과 고통에 못 이겨 짐승처럼 울부짖지 않을 수 없는 지옥인 규환지옥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바로 지옥과 같은 참혹한 고통 가운데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조선 건국에 기여한 정도전은 불교를 교리적으로 비판하고 조선이 불교를 배척하는데 앞장섰다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불교의 지옥관에 대해서도 철저히 비판했다. 그 내용을 보면 죽은 자는 형체도 썩어 없어지고 정신 또한 흩어져 버려 지옥에서처럼 고통을 주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옥을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겁주어 착한 일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겁주기보다는 스스로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우러나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 윤리를 중시하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비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무한한 자비의 가르침을 말하는 불교가 왜 이렇게 무시무시한 지옥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지옥을 설정한 목적은 사실 간단하다. 지옥의 실상을 내어 보임으로써 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교훈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다.

지옥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지옥도이다. 우리나라 절에는 주로 명부전의 벽화로 그려진다.

죄를 지은 자는 죽으면 반드시 염라대왕 앞에 나가 심판을 받게 된다. 지은 죄과에 따라 합당한 지옥에 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염라대왕 앞에서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업경대라는 거울을 통해 지은 죄를 모두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즘 식으로 보자면 일종의 비디오인 셈이다. 그림에서는 죄인이 소를 훔친 사실이 업경대에 그대로 비쳐지고 있다.

지옥 중에는 발설지옥(拔舌地獄)이라는 곳이 있다. 거짓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거나 남을 비방하는 등 말을 통해 죄를 지은 사람이 가는 지옥이다. 그 대가로 죄인의 입에서 혀를 뽑아내어 몽둥이로 짓이겨 크게 부풀게 한 다음 밭을 갈 듯이 소가 쟁기로 혀를 갈아엎는 고통이 주어지는 형벌이다. 지은 죄에 대한 딱 맞는 형벌로 누가 생각해 내었는지 그 대단한 발상이 오히려 보는 이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반면에 전생에 착하고 맑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반야용선을 타고 아미타불의 인도를 받아 끝없는 기쁨의 세계인 극락(極樂)으로 간다.

<사진2422> 장흥 보림사 명부전 발설지옥도. 발설지옥은 거짓말이나 욕, 다른 사람 비방 등 말을 통해 죄를 지은 사람이 가는 지옥이다. 여기서는 죄인의 혀를 뽑아내어 크게 부풀게 한 다음 밭을 갈 듯이 소가 쟁기로 혀를 갈아엎는 고통이 주어지는 형벌이 주어진다. 혀로 지은 죄는 혀에 형벌을 가한다는 생각이 재미있다.

<사진2423> 양산 통도사 극락전 반야용선도. 전생에 착하고 맑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미타불의 인도를 받아 끝없는 기쁨의 세계인 극락으로 간다. 반야용선은 이들을 극락으로 데려가는 교통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