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 9

심청 SAC ON SCREEN

심청 발레공연(2016년 작)을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스크린으로 감상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심청과 심봉사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심청의 희생적인 사랑으로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는 해피엔딩스토리죠 그런데 유니버셜발레단의 특별한 각색으로 너무나 화려하고 멋진 무대였습니다 12개국, 40여개 도시에서 사랑받은 글로벌 창작발레인 심청 작품은 30년 넘는 공연을 이어오며 등장인물, 무대연출, 의상도 계속 다듬어지며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1984년 창단된 유니버셜 발레단에서 1986년 심청 초연에서 주인공 문훈숙 수석무용수가 현재는 단장님이죠. 과천에서는 2016년 예술의 전당 공연을 스크린으로 만났습니다. 구경해보실까요? [1막1장] 도화동 심학규의 집 초반에는 심청의 집과 동네, 청이의 성장과..

단수필

단수필이란? 정의: 기존의 수필이 유화, 혹은 수채화라면 단수필은 한 장의 엽서다. 단수필은 지금 5매 수필, 미니수필, 짧은 수필, 혹은 '장(掌)수필'로 불려지고 있다. 특징: 일반수필이나 장(長)수필과 다르고, 다를 수밖에 없다. 주제의식을 더욱 압축하고 응축시켜 강렬한 이미지, 선명한 주제성, 넉넉한 인간미 외에 미니수필이 추구하는 선미 외에 깊이 있는 영성(靈性: Spirituality)의 소통력을 담아야한다. 2. 단수필의 장점 * 길이: 짧다는 점에서 주제 전달이 용이하고, 구성의 묘미가 돋보인다. 속도성, 열독성, 경쾌성은 현대독자들의 가독성이라는 조건에 부응할 수 있다. * 주제: 농축된 소재와 참신한 기법으로 주제를 펼침. 응축이라는 수필의 본질과 특성을 강화시켜 나간다. 이러한 구심력..

이야기 방 2021.08.27

노년은 인생을 살아온 벌일까.

노년은 인생을 살아온 벌일까. 엘리베이터에서 윗층에 사시는 교수님을 뵈었다. 운동복 차림인데 아침산보를 다녀오시는 길인 것 같다. 인사를 드리니 손을 내저으며 귀를 가리키신다. 보청기를 안 해서 듣기가 어렵다는 뜻인가 보다. 팔순이 넘으니 건강이 나빠져 한심하다고 한숨을 쉬신다. 교수님은 대학 강단에서 반생을 보내시며 저서도 많지만 특히 고전음악 들으며 독서하는 일이 유일한 취미셨다. 그런데 요즈음 그저 동네산보가 유일한 소일거리일 뿐, 보청기를 해도 귀가 어둡고 시력까지 나빠진 상태라 독서나 음악도 즐기지 못하신단다.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보호자 없이는 외출이 어렵고 일상생활은 물론 부부간에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불편하시다. 그분의 학문적인 업적을 생각할 때 노인 한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이 하나 없어진..

노인의 마음 2021.08.21

정답을 모르는 문제

부모님께서 병원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 팔순이신 어머니는 건강을 염려해서 툭하면 검진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봄에는 뜻밖에도 대장에서 혹을 발견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는 악성이라 수술이 급하다면서 빨리 입원을 하라고 하였다. 겁에 질린 어머니가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느냐 하니, 의사는 더 말해봤자 험한 소리 밖에 나올게 없다면서 설명은커녕 무식쟁이 취급을 한다. 인터넷 검색에서 보니 대체로 양방 의사의 말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말라고 한다. 동네 한의사는 혹을 없앨 수는 없고 작아지거나 자라지 않게 할 수는 있다며, 그래도 천수는 누리실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수술은 잘 되어도 항암 치료를 이기지 못해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수술을 안 하고 시골에서 민간요법으로 여러 해가 지나..

노인의 마음 2021.08.21

아버지의 숙제

해마다 명절이면 귀향행렬을 보게 된다. 교통대란으로 정체가 심해도 그들의 표정들은 밝기만 하다. 이북 고향을 떠나온 지 54년, 고향이 있어도 가볼 수 없는 부모님께서는 그런 광경을 보실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장손이셨던 아버지께서는 본의 아니게 54년 전에 고향을 떠나오셨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어도 장손이신 아버지께서는 어머님과 동생들의 안부가 항상 궁금하시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서 여러 해 전부터 미국 친척을 통해서 고향소식을 알게 되어 반가웠지만 그들이 잘 사는 것 같지 않아서 가슴이 편치 않으시다. 이산가족 상봉 기회를 얻고자 신청서를 해마다 내보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 생전에 통일이 될까” 툭하면 물으시는 말씀이다. 이제 부모님 연세가 팔순을 넘기면서 건강이 약해지시니 하루..

노인의 마음 2021.08.21

효(孝)‐ 심의(心醫)와 식의(食醫)

효(孝)‐ 심의(心醫)와 식의(食醫), “내가 무슨 낙(樂)이 있겠니 식사시간이 제일 즐겁지” 83세 어머님은 일곱 개 남은 치아로 다진 반찬들을 죽과 함께 오물오물 잡수신다. 열심히 잡수시는 모습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중풍, 당뇨, 고지혈증으로 입원하셨던 어머님은 쓰러진 지 여러 개월 만에 내 집으로 오셨다. 입원 당시 손가락 하나도 못 움직이는 상태였지만 지금은 숟가락도 잡으시고 용변도 해결하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는 의학서적을 찾아보고 이웃의 체험담도 참고하면서 식사준비에 신경을 썼다. 주의할 음식이 많기도 하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 육체라면 기운을 담는 그릇이 피며 음식이야말로 최상의 기공이라 하더니, 나날이 회복에 차도를 보이신다. 이젠 의자에서 일어나실 수도 있고 혈압 당..

노인의 마음 2021.08.21

살구나무 정원

살구나무 정원 오월, 어느새 살구철인가 보다. 노점상에 발그레 잘 익은 살구가 바구니마다 그득하게 담겨있다. 보자마자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려니 내 시선이 살구에 꽂힌 것을 알아차린 과일장사는 얼른 다가와 살구를 먹어보라고 손에 쥐어준다. 어찌 거절하랴, 못이기는 척 입에 넣어본다. 음... 이럴 수가... 절로 웃음이 나온다. 신맛은 어디로 갔는지 달콤하고 향기로운 살구 하나가 나를 온통 행복감에 휩싸이게 한다. 한바구니 그득 담아 사들고 오는 발걸음이 붕붕 뜬다. 이걸 입에 물고 활짝 웃을 식구들 얼굴이 떠올라서다. 친정집 팔판동 기와집 한옥 마당에 있던 살구나무가 떠오른다. 새봄에 꽃이 활짝 필 때 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면 흰 꽃 가득한 마당에서 그윽한 살구향에 내 몸이 휘감기며 하루의 피곤이 ..

노인의 마음 2021.08.21

내 집에 가고 싶다

내 집에 가고 싶다 잠결에 전화를 받고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다. 병원에서 간병중인 어머니가 아버님이 위중하니 당장 병원에 오라고 한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아버님이 큰며느리인 나를 손짓해 부르며 하실 말씀이 있다하신다. "문제의 담석증 치료는 끝났는데도, 폐가 약하다느니 방광에 혹이 있다느니 하면서 붙잡아놓고, 아침저녁으로 주사에 채혈에 각종 검사까지 하니 지긋지긋하다. 병원에서는 생체실험을 하는 것 일뿐, 구순을 바라보는 노쇠한 몸에 그런다고 달라질게 무어냐. 집에 가서 조용히 쉬고 싶으니 당장 119를 불러 다오" 하신다. 나는 아버님의 뜻을 십분 이해했기에 담당의사에게 전했다. 그러나 의사는 치료도 안됐는데 퇴원이 웬말이냐며 귀가 길에 돌아가시면 어쩌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니..

노인의 마음 2021.08.21

청명 입춘 곡우

일 년 사계절을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그리고 겨울은 계모’로 비유하는 폴란드의 속설이 있다. 이 말에는 봄은 처녀처럼 부드럽고, 여름은 어머니처럼 풍성하지만, 가을은 미망인처럼 쓸쓸하며, 겨울은 계모처럼 차갑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청명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철이지만 이동성 고기압, 황사와 미세먼지, 심한 일교차와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기도 하는 절기이다. 예전부터 농촌에서는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속설과 함께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에서처럼 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봄을 맞이해 시작하는 농사일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어촌에서도 ..

이야기 방 2021.08.11